봄비 끝에 우포늪 왕버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올해는 늦추위와 겨울 가뭄으로 굼뜬 봄이다. 한때 ‘우포늪 열병’을 앓으며 주말이면 이곳으로 내달리던 때도 있었다.
들녘과 제방에 봄이 차오르고 푸른 바람에 산과 들이 초록으로 일렁일 때, 시나브로 물안개가 선경을 그려 주는 아침 풍경에 골몰했었다.
물안개가 걷히자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을 견뎌낸 왕버드나무가 오롯이 다가왔다. 세월의 더께를 간직한 왕버드나무 사이로 청량한 바람이 일었다.
왕버드나무의 힘찬 기상에 경외감이 느껴졌다. <부산진구신문 2022. 4. 25>
그 긴세월동안 쌓인 더께가, 지금의 모습으로 경의를 표하게 합니다.
인간은 백년, 나무는 천년, 바위는 억만년의 풍상을 보고 듣는다 하여
인간이 나무에 절 하고, 바위에 절 하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나무에 서낭당이 있고, 바위에 조각상(불상)을 새기는 것 이랍니다.
기껏 해야 백년인 인간이, 삼라만상의 이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